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지 99'에 부산에서는 해운대 한 곳이 선정됐습니다. 부산에는 수많은 명소가 있고 4곳이나 지정된 서울처럼 더 선정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해운대 한 곳만 뽑혔는지, 관광도시 부산의 전략이 부족한 게 아니었는지 등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살짝 돌려 생각해 보면 이제는 해운대 자체가 부산의 아이콘이 된 듯합니다. 부산 하면 해운대부터 떠올리게 됐으니까요. 맛있는 식당이나 카페, 펍 등은 해운대를 중심으로 문을 열고 있습니다. 해운대 내에서도 일부 부촌은 서울 강남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갤러리와 미술관, 영화의전당 같은 문화시설도 밀집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미 입주를 시작했거나 아직도 공사 중인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는 (부산 나아가 다른 지역의) 인구를 블랙홀처럼 흡수할 기세입니다. 그만큼 해운대는 부산이라는 도시 문화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습니다.

    
해운대의 무대는 어쩌면 부산을 떠났습니다. 이미 공중파TV 브라운관에서도 해운대는 낯섭니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을 배경으로 한 의학드라마 '골든타임'과 해운대 자체를 타이틀로 내건 '해운대 연인들'이 요즘 월·화요일 시청률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공중파에서 구수한 부산 사투리(몇몇 배우들은 어설픈 사투리 연기로 악성댓글에 시달리기도 하지만)가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찼습니다.
공중파 방송에서 어설프고, 용납되지 않을 듯한, 조연 감초 정도에 그쳤던 사투리는 자연스럽게 중심이 됐습니다. 몇 년 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도 있었네요.


부산이, 해운대가 이렇게 주연이 된 것은 해운대가 '휴가' '바다' 등의 이미지로 브랜딩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휴가철을 배경으로 하거나 주로 이 기간에 방영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해운대는 그 '수명'을 여름휴가철에서 벗어나 더욱 연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여름은 물론 가을 해운대도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넘쳐난다고 말입니다. 당장 부산국제영화제(10월 4~13일)와 부산비엔날레(9월 22일~11월 24일)라는 영화와 미술의, 한국을 대표하는 굵직한 두 문화행사가 동시에 치러집니다.


영화제와 비엔날레 기간에 부산 해운대를 방문할 관광객, 그리고 시민이 '가을 해운대 오감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맛집 카페 갤러리 등 해운대 명소 곳곳을 미리 돌아다녀 봤습니다.


1.부산비엔날레(부산시립미술관)

부산국제영화제 시기와 맞물려 9월 22일부터 11월 24일까지 64일간 해운대에서는 미술축제도 펼쳐진다.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2012 부산비엔날레가 '배움의 정원'을 주제로 부산시립미술관 등지에서 열린다. 올해는 22개국 107명의 작가가 385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올해는 독일 카셀도큐멘타 전시감독 출신인 로저 M. 뷔르겔이 총 감독을 맡았으며 '배움위원회'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소통하는 미술제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본전시는 배움위원회가 꾸민다. 배움위원회는 시민(관람객)이 협업해 전시를 완성하는 시스템으로, 참가신청을 받아 선정된 80여 명이 지난 2월부터 전시가 끝나는 11월 24일까지 참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배움위 참가 시민들은 그간 전시감독·작가와 수십차례 세미나와 대화를 통해서 작품을 함께 완성했다.
    
2.소울아트스페이스/아리랑갤러리/공간화랑

주로 달맞이언덕에 화랑들이 밀집해 있지만 해운대 곳곳에도 수준높은 갤러리가 많다. 해운대 엑소디움 상가 건물 내 소울아트스페이스는 최근 1, 2층으로 갤러리 공간을 확장했다. 영화감독 출신인 이곳 김선영 대표는 영화제 기간을 맞아 영화배우의 미술작품을 전시한다. 하정우는 회화를, 조재현은 드로잉, 김영호와 지진희는 사진을 출품해 영화가 아닌 미술로 관람객을 맞는다. 해운대 진입로 입구 쪽인 센텀시티 한 상가에 위치한 아리랑갤러리에서는 서양화가 방정아의 개인전이 이달 말까지 열린다. 현대까멜리아 1층 상가 도로변의 공간화랑은 40년 가까이 부산에서 활동해온 신옥진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신 대표는 부산시립미술관에 380여 점을 기증한 기증자로 유명하다. 공간화랑은 영화제 기간 동안 전혜원의 개인전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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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