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20100112.22021195305i1.jpg

 

 

몸이 붙어버린 샴 고양이(작품명 '무제'). 지긋이 눈을 감은 이들이 곧 눈을 부릅뜨고 섬뜩한 미소를 흘릴 것 같기도 하다. 어두운 낯빛의 고양이는 뜯겨져 나간 벽과 균열된 장판, 토막난 인형이 널린 방 한켠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마이 룸'). 초점을 잃어버린 눈을 가진 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바이 원셀프'), 뱀을 두른 채 충혈된 커다란 눈을 드러내는 고양이도 있다('무제').

 

성유진은 콩테로 세밀하게 고양이(더욱 정확히는 고양이 형상을 토대로 작가가 창조한 동물)라는 그만의 캐릭터를 완성하고 있다. 고양이는 자아를 대변하는 기제다. 작가의 또다른 모습인 이 캐릭터는 전반적으로 음침하며 공포스럽다. 이렇듯 불안은 그의 작품의 중요한 키워드다.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을 긍정하길 반복하는 것이 내 작업의 시작이며 끝이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내 그림과 대화를 하게 된다. 고립된 내 안의 자아, 불안에게 통로를 만들어 스스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작업노트) 17일까지 - 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