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16000017_0.jpg

 

 ▲ 성유진의 '오래된 아이, 고양이 인간'. 아리랑 갤러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해당 뉴스로 갑니다] 

 

 

커다란 눈망울과 북슬북슬한 털, 쫑긋 세운 귀까지 겉모습은 고양이인데 인간의 손과 발을 가지고 있다. 신비한 고양이 인간을 한참 보고 있는데 그림 속에서 막 빠져나온 것 같은 이가 옆에 와 선다. 이 그림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성유진 씨이다.

지난 연말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 우동 마린시티로 확장, 개관한 아리랑 갤러리는 성유진 초대전 '오래된 아이'를 열고 있다. 고양이 인간을 통해 현대인이 가진 불안을 표현해 많은 이의 공감을 받은 성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밝아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그림에서도 불안해하는 고양이의 모습은 여전하지만 희미한 미소를 짓는 것 같은 느낌도 있어요. 이번 전시에선 고양이 말고도 다른 동물도 많이 등장해요. 친구라고 표현해야 하나…."

성유진 '오래된 아이'전
불안의 무게 다소 덜어져
인형·나무 조각도 전시


우울하고 불안했던 내면의 모습을 고양이 인간에 투영시켰던 성 작가는 확실히 이번 전시회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보여 준다. 그림 속 고양이 인간이 동물 친구를 안고 있거나 무채색으로만 표현되었던 고양이 인간이 화려한 옷을 입은 그림도 있다. 눈망울의 색도 다양하고 화려해졌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회화 작품 외에도 부드러운 조각, 꼭두 나무조각 시리즈, 스토리가 있는 오브제도 만날 수 있다. 부드러운 조각은 다양한 표정의 고양이 얼굴을 가진 헝겊 인형을 말하고 꼭두 나무조각은 과거 장례식 상여의 꼭두 인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성 작가가 직접 바느질을 하고 나무를 깎아 만들었다는데 감탄사가 나올 만큼 섬세하고 정교하다. 회화작가인데 어떻게 이런 것까지 잘하는지 신기하다.

"워낙 손을 움직이는 걸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꼼지락거리며 만드는 걸 잘했어요. 지난해 그림이 잘 안 그려지는 시기가 있어서 탈출구로 인형을 만들고 나무 조각을 해 봤어요. 그런데 그걸 본 사람들이 다들 무척 좋아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부산 전시회에 본격적으로 판을 펼쳤어요."

전시회장 한쪽은 아예 성 작가의 조각 작품들로 인형의 집을 꾸몄다. 물론 성 작가 특유의 외롭고 불안한 고양이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이젠 불안을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성 작가는 작은 크기의 고양이 그림도 부산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다. 모두 131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성유진의 '오래된 아이'전=2월 15일까지 아리랑 갤러리. 051-731-0373.

김효정 기자 tere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