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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그로테스크한 취향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이 작품은 이샛별(여·40) 작가의 '가짜왕'이다.
실제 사이즈가 가로 3m×세로 2m(300호)인 이 대형 그림 속에는 곳곳에 서사가 숨겨져 있다. 오른쪽 구석에는 말을 탄 기사 혹은 왕에게 절을 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반대로 왼쪽 구석에는 총칼을 휘두르며 싸우는 인간과 폐허가 된 건물에서 유령처럼 배회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있다. 하지만 이 비극적인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쪽에서는 빨간 풍선을 날리며 야한 옷차림의 여성이 춤을 추고 있다. 이 모순 가득한 화면을 가르고 불그스름한 액체가 꾸역꾸역 흘러나와 전체를 뒤덮으려 한다.
작가는 "우리 몸에서 버려진 혹은 제거된 살덩어리들"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분신인 두 인물 뒤로 흰 빛이 나온다. 이 터널에서 언젠가는 '진짜왕'이 나타날 것인가.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강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