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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화가'로 유명한 중견작가 김성룡은 '검은 회오리의 숲'을 통해 폭력과 그 치유의 과정을 말한다. 유성볼펜으로 그려진 그로테스크하고 날카로운 표정의 인간들은 국가와 사회의 폭력에 희생된 평범한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화면 밖을 뚫고 나올 듯한 음울한 눈빛의 사람들은 강한 듯하지만 실은 약한 존재다. 이들의 깊은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존재는 자연이다. 작가는 "폭력에 고통받았던 삶의 상처가 자연과 공생을 통해 치유될 수 있음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표 연작인 'DMZ'는 세계 단 하나밖에 없는 분단국가의 아픔을 상징하는 비무장지대를 소재로 하고 있다. 정치적 비극은 생태적으로는 '다행스럽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이 가장 잘 보존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마에 'DMZ'라는 글을 새긴 채 피를 흘리는 소녀들은 노루와 고양이를 안고 슬픈 눈으로 관람자를 응시한다. 호랑이와 인간이 화면 밖을 쏘아보는 작품은 실제 북파공작원을 모델로 하고 있다. 모란꽃 사이에 위치한 부랑아와 같은 배경의 군인은 각각 2002년과 2009년 완성된 작품으로, 같은 구도이나 다른 주제로 병치된다.

피눈물과 코피를 흘리는 할머니의 초상화는 '한국여성사' 시리즈 중 하나다. 검버섯이 얼굴과 몸을 뒤덮은 할머니는 소외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한평생을 하나의 그림에 함축하고 있다. 낙엽이 인간의 얼굴이 된 '숲의 사람' 연작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과정으로 읽힌다.

대부분의 작품은 섬세한 볼펜에 의해 묘사된다. 그렇다고 볼펜으로만 그린 것은 아니다. 유성볼펜으로 전체적 그림을 그린 뒤 아크릴물감 먹 등을 활용해 채색, 완성하고 있다. 석판화도 있다.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김성룡의 이번 개인전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 아리랑갤러리 개관을 기념한 초대전시로 9월 18일까지 개최된다.